
(금융경제신문 최윤식 기자)최근 우유업계는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의 갑질 논란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특히 매일유업의 경우 창업주의 차남이 납품 비리에 연루되면서 도덕성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평가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6일 김정석 전 매일유업 부회장을 납품업체의 이득을 가로채 수십 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정석 전 부회장은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우유 납품과 관련된 4개의 별도법인을 설립해 운영해왔는데, 납품업체들로 하여금 자신의 회사들을 통해 매일유업에 제품을 공급하도록 사실상 압박해 납품액의 3%를 통행세로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김정석 전 부회장은 회사자금 48억원을 근무하지도 않는 직원 명의 계좌로 이체시켜 그 중 32억원을 생활비와 유흥비로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매일유업 측은 김정석 전 부회장과의 선긋기에 나섰다. 김정석 전 부회장 등의 횡령설 사실 여부를 묻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답변에서 “김 전 부회장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의 혐의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사실을 최종 확인했지만 매일유업이 아닌 김 전 부회장이 경영하는 4개사와 관련된 것으로 당사와는 무관하다”고 지난 15일 밝힌 것.
업계에서는 김정석 전 부회장이 매일유업 경영에 참여한지 2년도 채 안 돼 일선에서 물러난 것을 이번 횡령 사건과 연관 짓고 있다. 김정석 전 부회장은 지난 2010년 3월 부회장으로 영입되면서 삼형제 중 마지막으로 매일유업 경영에 발을 들였다. 당시 매일유업은 김정석 전 부회장이 해외시장 개척 및 글로벌 브랜드 육성 등 신규 사업을 전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김정석 전 부회장의 행보는 마땅히 알려진 것이 없다. 형인 김정완 회장을 보좌해 매일유업을 이끌고 있다는 정도만 언론에 보도됐을 뿐이다. 그나마 부회장 재직 기간도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김정석 전 부회장은 2010년 3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고작 1년 5개월여 간 재직한 뒤 소리 소문 없이 퇴진했다.
매일유업은 가족경영으로 유명한 재벌기업이다. 현재 창업주 고 김복용 회장의 장남인 김정완 회장이 매일유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삼남인 김정민 회장은 자회사인 제로투세븐을 운영하고 있다. 외동딸인 김진희씨는 매일유업 물류를 전담하는 평택물류의 대표이사이고 미망인 김인순 명예회장도 공익법인인 진암사회복지재단을 맡고 있다. 김정완 회장은 지난 2013년에는 사촌동생인 김선희씨를 대표이사에 앉히기도 했다.
이처럼 직계는 물론 방계까지 두루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데 김정석 전 부회장만 일찌감치 경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김정완 회장 등 오너일가가 김정석 전 부회장의 비리 사실을 인지한 뒤 사퇴 형식으로 책임을 묻어 조용히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는 대신 씀씀이가 큰 김정석 전 부회장이 납품업체로부터 계속 통행세를 받을 수 있도록 묵인해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검찰 또한 매일유업 오너일가나 경영진들은 김정석 전 부회장의 부정을 어느 정도는 눈치 채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임직원들에게 뒷돈을 건넨 포장재 제조업체 현대씨앤피가 설립 당시 김정석 전 부회장이 지분 절반을 갖고 있었던 회사로 확인되면서 이 같은 의혹은 굳어지는 모양새다. 현대씨앤피는 매출의 2/3를 매일유업에 의존하는 회사다.
김정석 전 부회장은 2012년 초 보유 중이던 지분을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된 현대씨앤피 최은철 대표 등에게 넘겼다. 그러나 현대씨앤피의 매출 대부분이 매일유업에서 나오는 만큼 오너가 일원인 김정석 전 부회장의 영향력은 이후에도 막강했을 것이 자명하다. 결국 김정석 전 부회장은 자신이 대주주였던 업체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 납품하도록 해 개인 호주머니를 불린 셈이다. 원청인 매일유업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편 매일유업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는 지분 15.81%를 소유한 김정완 회장이다. 이어 김정민 제로투세븐 대표(6.87%), 김인순 명예회장(5.87%), 김정석 전 부회장(4.37%), 김진희 평택물류 대표 순이다.
최윤식 기자 lny@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