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권시장에 돌연 자문형 랩 수수료율 인하가 빅이슈로 등장하면서 파동이 일고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이 랩수수료가 비싸다며 현실화 발언을 하면서 불을 당긴 것.
반면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은 수수료보다 서비스 질 개선을 앞세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다른 증권사들도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이런 가운데 14일부터 미래에셋증권과 현대증권이 수수료 인하를 전격 단행했다.
특히 현대증권 최경수 사장은 랩 판매 자체를 신중히하겠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다 돌연 수수료 전쟁을 점화시켜 주목을 받고 있다.
최 사장의 입장 변화를 들어본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자문사랩 수수료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랩이 국내에 도입된지 약 10년 정도 되었고, 작년부터 자문사 랩을 중심으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우수한 자문능력을 갖춘 자문사의 등장과 증권사 랩 인프라의 발전,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기를 맞아 폭발적 성장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시장성장은 랩의 대중화를 가져왔고, 시장이 성숙되면 곧 가격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랩은 펀드와 달리 증권사에서 자문사 발굴, 운용, 컴플라이언스, 개별성의 요건 등 섬세한 서비스가 요구되는 상품임에는 틀림없으나, 현재 일정 수준 규모의 경제 요건을 갖춘 만큼 수수료 인하의 여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결국 자문사가 아닌 증권사가 고객에게 받는 수수료만큼 충분한 서비스를 하는지의 여부, 그리고 종합적인 고객만족을 구현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점은 업계 공동의 발전을 위해서도 충분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수수료정책은 각 증권사의 향후 상품 & 서비스 개발 등 랩 시장 대응전략에 따라 충분히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각 사의 입장에 따라 서비스, 가격 전략을 전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증권의 랩 수수료 인하 배경은?
△고객만족도 제고 및 WRAP의 대중화에 있다.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자문사랩의 경우 높은 가입금액 및 수수료로 인해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부터 수수료 인하를 검토해왔고, 고객저변 확대 및 대중화를 위해 1차적으로 최저 가입금액을 5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번 수수료 인하는 대중화를 위한 후속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수수료 인하는 고객에게 큰 혜택으로 돌아간다. 동일한 서비스에 낮은 수수료를 수취하는 만큼 고객만족도도 높일 수 있고 투자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현대증권은 현재 업계 2위의 랩 판매사다.
그 동안 개인고객보다는 기관, 법인 고객에게 많은 비중을 두어왔으나 전략적으로 개인고객 확대가 필요한 만큼 1차적으로 자문사 랩의 수수료 및 가입금액 인하를 통해 고객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적 의미도 담겨있다.
▽향후 랩 영업전략과 상품전략?
△VIP를 대상으로 한 랩과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한 랩을 이원화하여 상품, 서비스 및 가격정책을 차별화할 계획이다. 단순히 1개의 자문사와 연계된 랩의 경우 일반 대중상품에 해당된다.
랩은 외국 사례에서도 보듯이 점차 국내에서 WRAP OF WRAP이라고 불리는MSA(Multi-Style Account), UMA(United Managed Account)의 고부가가치형 서비스로 진화될 전망이다.
이는 증권사의 자문사 발굴 능력, 포트폴리오 운영 능력, 투자자문 능력 및 재정설계, 세무설계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이 요구되는 서비스다.
따라서 일반 대중보다는 VIP들에게 맞는 상품이므로 섬세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VIP 맞춤 랩상품들을 라인업하고 회사의 핵심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육성할 의지를 가지고 있다.
또한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제휴자문사 확대, 단일 스타일의 랩(SMA), 펀드 랩, 적립식 랩 등을 통해 쉽고 친숙한 상품들을 출시해 랩 고객의 저변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그리고 랩 상품의 운용범위를 해외, 대안상품, 헤지펀드 등을 포함한 다양한 스타일의 상품까지 확대, 진정한 VIP 대상 맞춤랩 전략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러한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 신규 랩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은 물론 외국금융기관과의 MOU 체결을 완료하여 해외투자상품 및 랩 관련 노하우 제휴 등 구체적으로 실행에 나서고 있다.
▽끝으로 랩 시장의 전망은?
△자본시장법 이후 수많은 다양한 형태의 금융상품들이 출현하고 있고, 개인고객들이 모든 금융상품을 따라잡기가 힘든 만큼 ‘투자일임’에 대한 니즈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 모든 상품을 직접구매하는 방식에서 전문가를 통해 간접구매하는 형태로 소비형태가 바뀔 것이며 이 중심에는 랩이 자리매김할 것이다.
또한 개인고객들의 개별 니즈가 다양해지고 높아지는 만큼 맞춤형 상품에 대한 우호적 시장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즉 한마디로 대중들에게 맞춤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랩시장의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미 2008년부터 은행권에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사모펀드 가입 열풍 등 개별화된 상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관련 업계도 주식 온라인거래 대중화 등 주식위탁시장의 수익성 저하, 펀드수수료 상한제도 등 기존 사업들의 수익성증대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만큼 새로운 랩 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금융소비 방식의 변화, 개인고객들의 맞춤상품에 대한 니즈 확대, 업계의 신규 수익원 발굴 노력 등으로 미루어볼 때 랩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조승룡 기자 chosyng@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