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직접 나선 ‘일침’에 당ㆍ청도 ‘갈등’ 양상

(금융경제신문 박민지 기자)연금개혁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국민연금을 엮더니 결국 연금 개혁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당ㆍ정ㆍ청 공무원연금 대책회의도 청와대의 요청으로 보류됐다. 고위급 당ㆍ정ㆍ청 협의가 다시 추진되면서 이번 사건이 수습될 수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있다.
여야 합의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겨우 합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내민 국민연금 개혁안으로 발목이 잡혔다.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상향 조정한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문제 때문에 개혁안의 국회 처리가 무산된 것. 공무원연금 개혁안 자체도 연금 삭감 폭이 달라 조직 내 갈등의 우려가 있는 데다 국민연금과 연계되면서 개정안이 사실상 표류됐다는 분석이다.
김무성 대표 등 여당지도부에서 연금개혁 무산과 관련한 수습책 마련에 나섰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회 공무원연금특위에서 활동했던 여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재정 절감 효과와 함께 법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여야 원내대표가 본회의 직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조항을 국회 규칙이 아닌 ‘부칙’에 넣기로 절충했지만, 이를 두고도 여권 내 불협화음이 나왔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에 일침을 가했다. 박 대통령은 ‘염치없다’는 발언을 하며 대통령이 여당을 제치고 직접 야당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13일 김무성 대표의 답이 이어졌다. 김 대표는 퓨처라이프 포럼에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했는데, 나는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개혁안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밝혀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도 “청와대가 합의 전에 내용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중에 다른 말을 한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당ㆍ정ㆍ청 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해당 사안에 대해 재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현재 청와대의 요청에 의해 잠정 보류가 된 상황이긴 하나 업계에서는 당ㆍ정ㆍ청 회의가 재개될 경우 갈등의 불씨가 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의 방향을 놓고 의미 있는 시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류이유를 설명하며 “당ㆍ청 간 이견이 있거나 문제가 있어서 회의를 못 잡는 게 아니다”라며 “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 여유를 갖고 당청이 화합해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주호영 특위위원장은 연금 개혁과 관련해 “개혁을 해도 6년 뒤 하루 80억원씩 들어간다는 비판도 있지만 개혁을 안 하면 6년 뒤에 200억원이 들어가는데 왜 효과가 없느냐”고 반문한 바 있다. 또한 그는 “신중한 논의를 거쳐서 사회적 기구를 만들고 이후 인상이 필요하다고 보면 인상하는 절차를 밟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따라서 공무원연금법은 신속히 통과시키고 국민연금법에 관한 논의는 이어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재정건전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확고한 원칙을 준수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금 개혁을 포퓰리즘으로 인해 후퇴시켰다는 비판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총재정부담을 현행 대비 333조원 절감함과 동시에 보전금은 현행 대비 497조원 절감해 재정건전성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급개시연령을 단계적으로 65세까지 연장하고 유족연금도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60% 수준으로 인하, 5년 동안 연금액 동결 등을 통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측면서 대폭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법 개혁법안 처리가 수포로 돌아간 데는 여야 대표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점차 붉어지며 야당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직격탄을 맞았다.
문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여야 협상에 의욕적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두고 ‘국민 동의가 우선’이라고 문제제기를 하면서 막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결국 문 대표는 “새누리당은 대통령 말 한마디로 어렵게 합의한 내용을 헌신짝처럼 저버렸다”며 “새로운 원내지도부 선출과 동시에 새로운 투쟁방법을 논의하겠다”면서 협상 실패를 인정했다.
이번 일로 인해 당내 불협화음이 고조되는 것도 문제라고 업계는 전했다. 특히 그간 비교적 협조적이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지금은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것보다 지난해 충분하지 못했던 기초연금 부분을 더 확대하는 게 우선”이라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김연명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기금고갈 이후 후세대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두고 ‘세대 간 연대’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 인상안을 놓고 과도한 보험료 상승으로 미래세대가 큰 부담을 떠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세대 간 도적질과 관련한 발언을 겨냥한 듯 김 교수는 부모세대의 이중부담문제를 자식세대가 일부 나누는 것이 세대 간 공평성에 부합 돼 순차적인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즉 미래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도적질’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정당한 노인부양의 역사적 의무라는 입장인 것이다.
박민지 기자 pmj@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