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채권거래 연루 증권사 7곳 압수수색
잇단 불미스런 사건에 업계 '신뢰도 추락'
(금융경제신문 김수식 기자)기본으로 돌아가 고객 신뢰회복을 이루겠다는 증권업계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올해 초 증권사들은 지난 크고 작은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들로 인해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점을 반성하며, 고객신뢰회복을 주안점으로 두고 한해를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불법 채권거래로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와 국내 증권사 7곳이 압수수색을 당하는가 하면 전ㆍ현직 증권사 직원들이 인터넷 주식 선물 도박사이트를 불법으로 개설, 운영하다 적발돼 눈총을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 증권업계에서는 전ㆍ현직 증권사직원들이 인터넷 주식 선물 도박사이트를 불법으로 개설, 운영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도박사이트를 통해 개미 투자자들을 유인, 25억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개장한 혐의로 9명을 적발했다. 증권사 현직 과장인 총책 A(32)씨와 전 증권사 직원인 서버관리자 등 6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A씨 등이 개설한 도박 사이트에서 도박한 혐의로 B(63)씨를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등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전북 전주 등에 차린 사무실에서 증권사에서 주식이나 선물거래시 제공하는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유사한 형태의 도박프로그램을 만든 뒤 B씨 등 회원 1000여명을 모집, 도박에 가담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코스피 200지수 등 실시간 연동되는 선물시세 등락을 예측, 매도·매수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이 총 281억원을 배팅하게 했다.
불법도박장 범죄수익 25억
이들은 각 회원이 대포통장에 입금한 액수만큼 사이버머니를 충전해준 뒤 예측이 적중할 경우 룰에 따라 수익금을 주고 예측이 틀리면 손실금을 공제했다. 경찰은 A씨 일당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이 25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선물 거래를 하려면 1500만~3000만원의 계좌 예치금이 필요한 반면 이들이 만든 미니 선물 도박 사이트의 경우 단돈 3만원의 예치금으로 배팅이 가능했다. 하루 배팅액 한도는 500만원이었다.
A씨 일당이 회원에게 내준 수익금, 공제한 손실금의 한도도 500만원이다. 전ㆍ현직 증권사 직원이 중심이 된 이들은 총책, 서버관리, 홍보, 인출, 도박 프로그램 제작ㆍ관리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왔다. 고수익 회원은 블랙리스트로 관리, 도박 사이트 접속을 차단해 배팅을 방해하는 등 체계적인 조직관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선물투자 지식은 있지만 수천만원대 예치금을 마련할 능력이 없던 이들이 정상 선물 거래 대신 미니선물 도박의 유혹에 빠졌다”며 “아직 검거하지 못한 도박 가담자 1000여명을 조사해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전ㆍ현직 직원의 도박사이트 사건이 언론에서 식기도 전에 불법 채권거래에 대한 혐의로 증권사들이 압수수색 당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지난달 27일 맥쿼리투자신탁운용(옛 ING자산운용)과 불법 채권거래(채권 파킹거래)를 한 혐의로 7개 증권사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처벌 대상인지 밝혀 사법처리하기 위해 금감원 조사에 더해 추가 수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 증권사는 아이엠투자증권, 키움증권, KT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현대증권, 신영증권, 동부증권 등 7곳이다. 이들은 국민연금과 삼성생명 등 기관투자가 자금을 운용하면서 채권 매수 시점을 실제보다 늦게 기록하는 방식으로 채권 파킹거래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킹거래는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가운데 채권 매입 사실의 장부 기록을 늦춰 금리 하락(채권값 상승)에 따른 부당 이익을 올리는 것이다.
불법 ‘파킹거래’ 드러나
검찰에 따르면 전 맥쿼리운용 채권운용본부장 O씨는 2013년 이들 증권사 채권중개인들과 채권 파킹거래를 약속하고 4600억원 상당의 채권을 거래해 투자일임재산을 부적절하게 운용했다. 하지만 금리 급등으로 증권사들이 손실을 입자 맥쿼리운용은 채권을 거래 가격보다 비싸게 매입해 기관투자가들에 113억원의 손실을 전가했다. 앞서 검찰은 맥쿼리운용을 압수수색하고 O씨를 구속했다.
맥쿼리투자신탁운용은 호주계 글로벌 금융기업인 맥쿼리그룹이 100% 투자해 한국에 설립한 자회사다. 금감원은 지난 1월 맥쿼리운용에 업무 일부정지(신규 일임계약 체결 금지) 3개월과 과태료 1억원 부과 조치를 했다. 펀드매니저와 대표이사 등 관련 임직원에게는 면직 요구, 직무정지 3개월 등의 징계를 내렸다.
채권 파킹에 가담한 키움증권과 KTB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세곳에는 기관경고 조치와 함께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했다. 아이엠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은 기관주의 조치와 함께 과태료 5000만원 부과 조치를 받았다. HMC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각각 과태료 3750만원, 25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한편 수사기관이 불법 채권 파킹거래에 처음으로 강제수사에 나서며 증권사와 운용사의 거래 행태가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그간 채권 파킹은 펀드매니저와 증권사간의 관행적 거래법이었다. 특히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 값이 오르기에 파킹을 통해 결제를 늦게 하는 것이 증권사와 운용사 모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공감대 형성도 있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제재와 검찰 수사로 최소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관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수식 기자 mynamess@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