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와 은행권의 지난해 실적이 뚜껑을 열었다. 기업은행의 당기순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고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도 1조클럽에 가입했다. 반면 KB금융지주는 833억원의 우울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특히 CEO리스크로 휘청거렸던 신한금융지주는 은행권중 가장 많은 2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올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신한금융지주는 4분기 당기순이익 3644억원을 포함해 지난해 연간 2조3839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경영진 내분사태에도 불구하고 연간 순이익이 전년 대비 82.6%나 증가하는 저력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3년 연속 은행업계 1위를 지켰으며 지난 2007년 사상 최대치인 2조3964억원에 육박하는 성적표를 제시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조2420억원의 순이익을 시현, 2년 연속 1조클럽을 이어갔다. 누적 이자이익은 전년보다 11.9% 증가한 6조4827억원, 순영업이익도 16.9% 증가한 8조1035억원을 기록했다.
ROA(총자산이익률)와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전년 대비 각각 0.1%포인트, 0.9%포인트 증가한 0.4%, 8.8%이며 수익성지표인 NIM(순이자마진)은 2.31%로 전년 대비 0.32%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자산건전성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급증한 3.2%로 악화됐고 연체율은 1.33%로 나타났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1조1523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은 각각 1055억원, 1443억원, 그리고 우리투자증권 2382억원, 우리파이낸셜 33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나금융그룹은 2007년 1조2,981억의 순이익을 시현한 이후 전사적 차원의 리스크 관리와 자산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을 통해 영업력을 회복하고 3년 만에 순이익 1조클럽에 재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4분기 그룹 NIM은 전분기 대비 0.14%p 상승한 2.24%까지 개선됐고 이를 바탕으로 3분기 대비 2.3% 증가한 2,710억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강화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대손비용 증가에도 불구 이자 및 수수료이익이 분기 최대 규모인 9,677억원을 기록하는 등 핵심이익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총자산은 전년 대비 26조원이 증가한 196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우량차주 위주의 가계대출 및 기업대출 자산 등 영업자산의 증가와 함께 하나다올신탁 등의 자회사 편입에 기인한다. 하나은행의 자산건전성은 전분기 대비 0.16%포인트 하락한 0.54%를 기록, 은행권 중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기업 상시위험평가와 자산건전성 분류기준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0.05%포인트 상승한 1.50%를 기록했다.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2010년 누적 기준 전년 대비 7,112억원이 증가한 9,851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다.
또 하나대투증권은 2,752억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하나SK카드의 경우 SK텔레콤과 제휴로 인한 시너지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자산 규모가 전년 대비 92.0% 증가한 3조3천억을 나타냈다.
하나캐피탈은 300억의 순이익을 시현,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하나다올신탁도 그룹에 편입된 첫해부터 7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
KB금융그룹은 지난해 883억원의 순이익에 그쳤고, 4분기 기준으로는 2,30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룹 순이익이 비교적 큰 폭인 전년 대비 83.6%나 감소한 것은 2분기중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한 보수적 충당금 적립이 있었던데다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 4분기에 단행된 희망퇴직 관련 일회성 비용 6,525억원(판관비 5,706억원+기타충당금 819억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연간 이자부문 이익은 누적 NIM이 개선됨에 따라 7조2,382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12.9% 증가했으며 분기 실적으로도 4분기 순이자마진이 큰 폭으로 상승함에 따라 전분기 대비 11.3% 늘어났다.
연간 비이자부문 이익은 4,318억원으로 전년 대비 21.0% 감소했으며 분기 실적은 소폭(9억원) 손실을 보았다. KB금융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국민은행의 경우 11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98.2% 감소했으며 4분기는 2,19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은행의 NIM은 4분기에 2.94%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큰 폭(0.31%p)으로 상승했다. KB금융그룹의 총자산(신탁자산과 AUM 포함, 각 계열사 자산의 단순합계)은 전년말 대비 10조1000억원(3.2%) 증가한 326조1000억원을 기록했고, 이중 국민은행의 연결 총자산은 271조1000억원이다.
외환은행은 전년 대비 총이익이 10.2% 증가하고 순이익도 18.4%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실현했으며, 운영효율성 및 여신건전성도 향상됐다.
일회성 이익없이 4분기 순이익 2,364억원을 기록했으며, 4분기 순이자마진은 전분기 2.50%에서 2.82%로 상승했다. 4분기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3분기 1.44%에서 1.26%로 개선됐다.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상승한 반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32억원으로 하락했다.
배당 전 자기자본비율(Tier 1 ratio)은 2010년말 기준 13.17%로 높은 자본적정성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환은행은 4분기에도 계속해서 외환과 무역금융업무에서 독보적인 시장우위를 지켰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1조29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보다 81.6%가 증가했다. 순이익 기준으로는 신한금융에 이어 은행권 2위로 도약했다. 중소기업 대출 시장점유율 20.7%(93조원)로 1위를 지켰고 독점 판매한 U-보금자리론 실적 호조에 힘입어 2007년 이후 3년만에 1조클럽에 재진입했다.
특히 순이자마진이 크게 개선됐으며 대출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이 증가한게 실적 개션을 견인했다. 이자부문 이익은 전년 대비 22.3% 증가한 4조3552억원에 이르며, 중소기업대출을 포함한 총대출은 9조3000억원이 늘어난 119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밖에도 기업은행의 성과는 은행권 최고 수준인 비용효율성도 한몫했다. 다만 4분기 순이익은 242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3.6% 감소했다.
김국태 기자 poetkim@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