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모 2천억대 달해…금감원 특별검사 착수
(금융경제신문 최정민 기자)선박사고로 대규모 인명 피해를 일으켜 사회적 파장을 몰고 온 세월호의 청해진해운과 관련한 대출 특혜 의혹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청해진해운과 계열사에 산업ㆍ경남ㆍ기업ㆍ우리은행을 비롯해 신협 등이 대규모 불법 대출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청해진해운과 계열사에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사에 대한 특별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청해진해운은 선박구입금 및 개보수 비용 등 총 146억원을 투자해 중고 카훼리선을 구입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은행은 청해진해운 측에 잔금 104억원 중 80억원, 개보수 비용 30억원 중 20억원 등 총 100억원의 대출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해진해운의 세월호 도입 전 보유 선박이 모두 5채임을 감안해 선박의 장부상 가격을 모두 합해도 7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과 영업적자인 중소해운사에 총 보유선박의 2배에 가까운 100억원을 대출해 줬다는 것 역시 정상적인 대출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일부 금융권의 의견이다.
산업은행 측은 “은행 여신취급 지침에 따라 계약서 및 개보수 관련 견적서를 토대로 소요자금은 146억원으로 계산돼 회사 보유자금 약 50억원을 제외한 100억원의 대출을 시행한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
금감원은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10여 개 계열사가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규모를 총 2100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 외에도 경남ㆍ기업·우리은행 등 대출을 해준 4개 은행에 대해서도 특별검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특별검사는 금감원이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기획검사국이 담당하게 된다. 기획검사국은 은행, 보험, 저축은행 등을 가리지 않고 상시감시 시스템 등을 통해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불시검사를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연관된 관계사들에 신협이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 금감원과 검사권을 가지고 있는 신협중앙회가 세모 직원조합인 세모신협에 대한 현장검사에 나서 부실대출 등에 대해 점검 중이다. 금감원이 청해진해운과 그 관계사, 유 전 회장 일가 등의 금융거래 전반을 살피던 중 다수의 신협이 연루된 사실을 포착한 데 따른 것이다.
신협중앙회는 추가로 종교인 단체조합인 한평신협과 인천 지역조합인 인평신협도 곧 현장검사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며, 금감원도 신협중앙회가 검사를 마치면 결과를 검토한 후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유 전 회장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세모신협으로부터 장ㆍ단기 차입금을 끌어 쓰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지난해 세모신협으로부터 운전자금 용도로 5000만원을 연이자율 6%로 단기 차입했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담보설정액 6000만원에 대한 담보로 세모신협에 건물을 제공했다.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인 장남(19.44%)과 차남(19.44%) 등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세모신협은 지난 1994년 설립돼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한 신용조합으로 자산규모는 75억원, 조합원 수는 659명으로 알려졌다. 세모신협은 세모우리사주조합으로 출발한 만큼 계열사 직원들 상당수가 출자에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한평신협의 돈도 청해진해운 관련사 등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평신협의 조합원은 1만6700명으로 총여신 1030억원, 자산은 1380억원이다. 인평신협의 대출금 중에서도 상당한 규모가 유 전 회장 일가와 관계사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평신협은 조합원 1만9500명에 여신 1260억원, 자산 1770억원이다.
이밖에도 주식회사 아해의 전신인 세모화학이 과거 유성신협으로부터 부당 대출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법조계에 따르면 세모화학은 1999년 아해에 사실상 흡수되기 전까지 대구 소재 유성신협을 통해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의 관계사와 유 전 회장 일가의 범위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이 부당하게 융통됐는지 파악이 가능하다”면서 “현재 이와 관련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청해진해운 계열사들에 연 1~2%의 저금리로 상당한 금액의 대출이 이뤄진 과정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정민 기자 cjm@fetin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