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옥정수 기자)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신용카드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카드사는 물론 신용카드업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특별 검사를 진행하는 등 업계 전반에 대해 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카드사들은 올 한해 세웠던 사업 계획들을 모두 뒤로 미루고 시장분위기를 살피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발표한 ‘신용카드 3개사 영업정지 결정과 관련한 견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KB국민ㆍ롯데ㆍNH농협 등 3개 카드사에서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진행된 해지 접수(탈회 포함)를 통해 평균 8.4% 가량의 고객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가장 높은 해지율을 기록한 곳은 농협카드로 전체 667만7000장(2013년 9월말 기준) 가운데 12%에 달하는 80만1000장이 해지됐다. 국민카드는 전체(1168만3000장)의 8.3%인 97만3000장이, 롯데카드는 866만1000장 중 50만9000장(5.9%)이 해지됐다.
이들 카드3사는 금융당국의 징계에 따라 오는 17일부터 신규 회원모집과 카드대출 금지는 물론 여행상품 소개나 카드슈랑스 등의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다만 기존 고객은 신용카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한신평은 영업정지 기간 중 신용결제의 경우 신규고객 이용실적이 많지 않아 다른 영업에 비해 타격이 덜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신 신규고객 비중이 높은 카드대출과 기존ㆍ신규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부대업무는 영업조치의 영향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
위지원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상당한 수준이며 향후 3개월간 신규고객 모집이 제한되므로 (3개 카드사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만 현재 신용카드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정지가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불신이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지가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이번 일로 더 안 좋아졌다”면서 “사고가 일어난 카드 3사는 물론 카드산업 자체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이제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로 고객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회사 카드도 함께 정리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카드산업 전체가 위축될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인해 카드사들이 연초 세웠던 계획들을 다 뒤로 미루고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 되려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추진을 검토하던 빅데이터 사업 또한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방대한 분량의 고객 정보를 가공, 분석해 신상품 개발 및 마케팅에 활용해야 하는 빅데이터 사업의 특성상 금융지주회사 자회사들의 고객 개인정보 공유 제한으로 타격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금감원은 고객 정보 유출로 특별검사를 받고 있는 KB국민ㆍ롯데ㆍNH농협카드 외에 신한ㆍ삼성ㆍ현대ㆍ하나SKㆍ우리ㆍBC카드 등 6개 전업 카드사에 대한 현장 검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모든 카드사가 금융당국의 특별 검사를 동시에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올초 불거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카드산업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될까 걱정된다”며 “가뜩이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수익원이 줄어든 상태에서 규제까지 강화되면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옥정수 기자 js0355@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