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환보유고 등 안정적 금융위기 가능성 낮아
(금융경제신문 김수식 기자)신흥국의 자금이 대거 일탈하면서 세계 경제에 적색등이 켜졌다. 실물경제가 취약한 신흥국들의 통화가치가 폭락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끊임없는 아르헨티나발 위기설은 글로벌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신흥국에 속해있는 한국은 비교적 안정적인 한국이 부각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달러 대비 11% 가량 폭락해 지난 2001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에 따른 국가부도 사태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페소화의 달러대비 주간 하락률은 달러 대비 15%에 달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러시아 루블 가치는 5년래 최저 수준이다. 달러당 터키 리라 가치는 지난 24일 2.3360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장조사업체 리퍼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7주 중 6주 동안 신흥시장 주식펀드에서 자금을 빼냈다. 그 가운데 지난주에 이탈한 자금만 4억2200만달러(약 4555억원)에 달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신흥시장 상장지수펀드(ETF) 변동성지수는 지난주에 40% 급등한 28.26으로 지난 2011년 9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는 신흥시장의 변동성이 2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는 의미다.
지난주 MSCI신흥시장지수는 2.3% 급락해 올 들어 하락폭이 5.3%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유럽증시 동향을 종합한 스톡스유럽600지수가 3.3% 빠졌으며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3.5% 하락해 주간 기준으로 지난 2012년 5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아이셰어스MSCI신흥시장ETF에 대해 24일 60만 건 가까운 풋옵션 계약이 체결됐다. 이는 지난 20일 평균치보다 세 배 많은 수치다. 풋옵션은 특정 자산이 하락할 것에 베팅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여타 신흥국에 비해 안정성이 부각돼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24일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 초반에서 등락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1910선을 지키고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일부 신흥국가의 위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시 신흥국 중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한국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며 “국내의 경우는 신흥국 중 유일하게 재정수지와 경상수지가 모두 흑자국인 국가 중 하나다”라고 피력했다. 더불어 “지난해 7월~8월 미국의 테이퍼링 우려로 인해서 신흥국 특히 동남아시아 증시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유출됐지만, 국내 증시로는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분한 외환보유고나 계속되는 경상수지 흑자를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신흥국과 같이 취급되면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한국 금융기관들은 외환위기 때처럼 부실하지 않다. 단기로 차입한 달러가 많지 않다”며 “금융기관 부실과 이어져서 금융위기로 치닫을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김수식 기자 mynamess@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