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 해외진출 저성장 ‘활로’ 찾아야
(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2014년 은행권 성장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2%대에 머무는 등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은행권의 연간 대출증가율은 5% 남짓, 수익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수준인 7조원 안팎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이윤석 연구위원은 ‘2013년 은행산업 회고 및 2014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은행권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나빠졌지만, 내년에는 큰 폭의 개선은 어려워도 경기 회복세 속에 각종 지표가 나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2014년 성장률은 올해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출도 5% 이내의 제한적인 수준에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도 올해보다는 좋아지겠지만 과거와 같은 8조원 이상이 아닌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기간 수준인 7조원 내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연구위원은 밝혔다.
건전성 측면에서는 내년에도 추가 부실기업들이 대규모로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에 이루어진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돼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위험요인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큰 폭의 건전성 개선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은행권이 국내외 금융규제 도입에 대비하고, 해외 진출 등으로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이달부터 글로벌 금융규제 '바젤Ⅲ'가 시행되고, 2019년까지 앞으로 6년 동안 전면적인 자본 규제가 도입된다”면서 “새로운 규제 도입에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2014년에는 보통주자본비율을 현행 3.5%에서 4%로, 기본자본비율을 현행 4.5%에서 5.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보통주 중심의 자본구조를 갖고 있어 유럽 및 미국과 달리 바젤Ⅲ 자본규제의 영향이 크지 않고 오히려 위험가중자산의 감소가 자본금 감소보다 커서 BIS자기자본비율(=자본금/위험가중자산)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16년부터는 자본보전완충자본이라는 새로운 자본규제가 도입된다. 자본보전완충자본은 최소자본비율규제와 달리 동 비율을 반드시 유지해야하는 것은 아니나, 미달시에는 이익배당, 자사주매입 등 이익의 사외유출이 단계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를 준수할 수밖에 없다.
이밖에 자본규제 외에도 레버리지비율 규제와 유동성 규제도 도입될 예정인데 각각 2015년과 2018년에 도입할 예정에 있으므로 2014년부터 도입준비를 해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볼커룰과 같은 은행의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규제도입으로 인한 영향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볼커룰은 2014년 7월 21일부터 시행 예정에 있으며 미국은행들뿐만 아니라 미국내 현지법인ㆍ지점이 있는 외국은행에 대해서도 적용되므로 국내은행의 미국내 현지법인ㆍ지점의 경우에는 볼커룰이 전면 적용된다.
볼커룰의 시행은 국내은행의 위험자산 투자를 억제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자기계정거래와 PEF·헤지펀드 투자(특히, 미국 관련거래)가 제한됨으로써 국내은행들의 자산운용 제약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한 볼커룰 관련 법규준수체계 운영, 보고의무 등으로 규제준수와 관련된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국내시장에서 정체된 성장기회를 해외 진출을 통해 성장모멘텀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은행은 146개, 증권사는 89개, 보험사는 81개의 해외지정사무소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해외진출시 양적인 성장보다도 이제는 질적인 제고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지교민 및 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현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 진출 초기에는 이러한 방식들이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지금과 같이 초기단계를 벗어난 시점에서는 현지화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보다 효과적인 현지화를 위해서는 국내은행들이 국내에서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특화해 영업을 집중하는 방식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소매금융에 강한 은행은 현지에서도 소매금융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에 노하우가 있다면 기업영업에 보다 치중하는 등 은행별 해외 진출 맞춤 전략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에 들어와 있는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외국계 은행들도 우리나라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걸 보면 해외진출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도 해외 진출과 관련된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고 은행들도 추가적인 수익원 발굴이 절실하다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해외 진출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김사선 기자 bankworld@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