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인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10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실적(초회보험료 기준)은 5조173억원으로 전년의 2조8866억원 보다 73.8% 증가했다.
이는 작년 전체 실적의 66.5%에 달하는 것으로 설계사들의 보험판매 실적 1조8227억원의 2.8배에 달했다.
대형 생명보험사들도 방카슈랑스 영업 경쟁에 뛰어들면서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실적 향상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생명의 방카슈랑스 실적은 4093억원을 기록했고 대한생명은 2341억원, 교보생명은 2333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23%, 167%, 6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한생명은 2009년 방카슈랑스 실적이 설계사 실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다가 지난해는 설계사 실적 2288억원을 추월했다.
방카슈랑스의 인기가 높은 것에 대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속에 고금리 저축성보험이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방카슈랑스로 팔리는 상품 중 상당수가 저축성보험이다.
한편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영업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에는 농협이 보험사를 분사하게 되면서 방카슈랑스 시장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돼 보험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농협은 내년 분사 이후 5년간은 방카슈랑스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전국 수천 개 점포에서 방카슈랑스 영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카슈랑스 규제는 한 은행 점포에서 특정 보험사의 판매 비중이 25%를 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농협은 농협법에 따라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있는 농협이 방카슈랑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되면 판매채널이 약한 회사들은 농협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방카슈랑스 규제완화에 대한 필요성이 언급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저축은행 사태 등 부실해결을 위해 시중은행의 참여를 독려해온 금융당국이 당근책으로 방카슈랑스 규제 완화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의 참여를 위해 보험업계를 희생양으로 내놓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방카슈랑스는 연금, 교육보험 등 저축성 보험 등을 대상으로 지난 2003년 8월 시행된 이후 2005년 4월 2단계 확대를 통해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등 순수보장성보험을, 2006년 10월 3단계 확대를 통해 만기환급형 보험판매가 허용됐다.
하지만 당초 2008년 4월 종신보험과 CI보험, 자동차보험이 대상이던 4단계 확대는 보험업계 반대로 철회됐지만, 이번 은행이 요구하는 4단계 확대가 이뤄지면 은행은 종신·CI·자동차보험 판매가 가능해 보험업계는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나영 기자 lny@fe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