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신문 김사선 기자)국내 은행권의 3분기 실적이 경기 침체에 따른 자산 성장세 둔화와 웅진사태로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19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질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예상치(2조320억원)보다 24.9% 하회하는 1조 50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권 분위기가 침울하다.
특히 19일 하나금융지주가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증권업계에서 보수적으로 추정한 순이익이 2600억원대보다 훨씬 밑도는 233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충격을 줬다. 전년 동기(2053억원, 13.9%↑)와 전분기(2015억원 16.1%↑)에 비해 소폭 증가한 것이다. 올해 누적 기준 순익은 1조7501억원이다.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을 더한 그룹 핵심이익은 2분기보다 43억 증가한 1조6373억을 기록했다. 수익성 지표인 그룹 순이자마진(NIM)은 기준금리 인하 등 시장금리 하락세에 따라 2분기 대비 0.08%포인트 하락한 2.12%를 나타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NIM은 전분기 대비 각각 0.09%포인트, 0.08%포인트씩 하락한 1.70%, 2.31%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대손 비용이 크게 늘었다. 699억원의 웅진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발생해 전체 충당금 전입액은 3417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룹 총자산(신탁포함)은 2분기와 견줘 2조7000억원이 늘어난 366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연체율은 상승했다.
하나은행의 연체율은 2분기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0.50%, 외환은행은 0.11%포인트 증가한 0.81%를 기록했다. 그룹 전체 연체율은 0.84%,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6%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각각 순익 2523억과 125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은 웅진그룹 채권 충당금 전입 증가에 따라 23억원, 하나SK카드는 마케팅 비용 증가 탓에 190억원의 손손실을 기록했다.
하나캐피탈은 52억원, 하나다올신탁은 3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반면 하나저축은행은 82억원의 손손실을 기록했다.
또 전북은행도 9일 3분기 순익은 5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자회사 포함 연결기준 순익은 636억원이다. 특별이익이 발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 급감한 것이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웅진계열의 법정관리 여파로 쌓은 충당금을 포함해 충당금 적립규모가 171억원 증가했지만 실제 순이익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26일엔 KB금융, 신한지주는 이달말, 우리금융은 내달 1일 실적을 발표할 계획이다. 농협지주도 다음달 초로 예정됐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FN가이드는 최근 KB금융,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외환은행, 기업은행 등 6개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분기보다 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도 시장기대치를 상당히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6000억원대 후반까지도 바라봤지만 실제 순익은 웅진 관련 대손충당금을 반영해 5000억원대도 간신히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금융은 최근 추정치에서 컨센서스보다 23.3% 줄어든 35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우리금융 3분기 순익은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여신에 대한 추가 충당금으로 인해 대손충당금이 경상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는 연체율 상승, 웅진사태로 인한 추가 충당금, 특히 워크아웃 논란이 있는 웅진폴리실리콘(여신 약 1200억원 추정)의 건전성이 하향될 경우 충당금 적립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어 실제 순익 규모는 예상치를 더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B금융 역시 지난 2분기(5374억원)보다 훨씬 적은 4000억원 대의 순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이익추정치를 하향한 유진투자증권은 컨센서스보다 22.9% 하향된 4161억원을 예상치로 내놨다.
은행권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는 대출금리와 수수료 인하 등으로 지속되고 있는 순이자마진(NIM) 하락세 때문이다.
순이자마진이란 금융기관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차감해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지난 7월, 10월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금리, 수수료 인하 등으로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 마진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도 “은행의 순익이 시장 전망치를 23% 밑도는 부진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핵심 지표인 NIM과 신용비용 부진이 주된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NIM 하락세가 이어져 3분기에는 전분기 보다 0.08%포인트 하락하고 4분기에도 0.08%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여신에 대한 충당금이 더 발생할 수 있어 실제 실적은 이보다도 더 나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충당금은 순익 산정에서 제외되므로 적립액이 커질수록 순익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법정관리가 시작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그리고 부도 직전으로 내몰린 웅진폴리실리콘에 대한 은행권 신용공여액은 8900억원이다. 이 중 웅진홀딩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4886억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극동건설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 역시 3022억원, 하나은행은 2898억원, 산업은행은 2518억원이다.
이들 은행은 대출금을 떼일 가능성에 따라 웅진 관련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해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이 대손충당금 추정금액만 무려 46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분기 은행 전체 당기순이익의 20%를 넘는 엄청난 규모이다.
문제는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증권업계는 NIM하락과 자산 성장 둔화에 따른 핵심이익의 감소, 규제 심화까지 겹쳐 은행권의 수익지표가 구조적 하락세를 나타날 것으로 보고, 단기간에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대우증권 구용욱 연구원은 2013년 연간 순이익 전망치도 기존보다 6.7% 하향하며 “2013년에도 순이자마진 개선이 어려워 보이고 자산 성장도 정체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사선 기자 bankworld@fetimes.co.kr